마트 진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량 생산 오일과, 극상의 아로마와 폴리페놀을 품은 프리미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결정적 차이는 어디서 시작될까요?
재배 환경이나 품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착유(Milling) 설비가 무엇을 목표로 설계되었는가’입니다.
현대 올리브오일 산업의 표준인 연속식 원심분리 착유 방식은 이미 1960~70년대에 상용화되었고, 1980년대에는 유럽 전역에 보급되었습니다. 기계식 착유 설비 자체는 완전히 새로운 발명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 설비들이 향하고 있던 목표였습니다. 대부분의 기계 제조사와 대형 생산자는 오직 '더 많은 양을 빠르게 뽑아내는 것(수율 극대화)'에만 집중했습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온을 가하거나 무리하게 교반을 진행하면서, 올리브 본연의 신선한 풍미와 항산화 성분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났습니다.
타협을 거부한 장인: 마르코 무젤리
이탈리아 피렌체 근교의 프란토이아노(Frantoiano, 착유 장인) 마르코 무젤리(Marco Mugelli)는 이러한 업계의 상업적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0년 넘게 올리브를 짜온 현장 전문가이자 연구자였던 그는 피렌체 상공회의소의 지원을 받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이미 보급된 현대식 시스템의 틀 안에서 수량이 아닌 품질만을 최우선으로 두는 전면적 재설계'였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혁신적인 프로토타입 설비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상용화의 벽은 높았습니다. 대형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착유량을 극대화해 돈을 벌어주는 기계가 아니라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에 생명을 불어넣은 제작자, 조르지오 모리
2003년, 이 프로토타입의 가치를 알아본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개인용 소형 착유기를 제작하던 엔지니어 조르지오 모리(Giorgio Mori)였습니다. 대형 제조사들이 외면했던 마르코의 설계도를 받아 든 그는 직접 실제 가동 가능한 정밀 기계로 구현해 냈습니다.
이 혁신적인 기계의 첫 구매자는 뜻밖에도 본고장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아폴로 올리브오일(Apollo Olive Oil)이 시장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 기계를 과감히 도입했습니다. 최고의 오일이 나올지, 단순한 초록색 죽이 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수율을 포기하더라도 오직 극상의 품질을 목표로 설계된 전 세계 유일한 시스템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람의 신념과 협업에서 출발한 기술이 바로 오늘날 전 세계 하이엔드 올리브 착유 설비를 이끄는 Mori-Tem(모리템)의 뿌리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계 발명이 아니라 설계 철학의 전환이었고, 속도가 아닌 방향의 승리였습니다.
20년의 고집이 완성한 정밀 엔지니어링
마르코 무젤리와 조르지오 모리가 시작했던 프로토타입 연구는 현재 가장 진보된 연속식 추출 장비로 진화했습니다.
| 파쇄부터 원심분리까지 전 공정 산소 차단과 정밀 온도 제어가 통합된 현대식 연속 착유 시스템 |
이러한 정밀 파쇄 시스템은 불활성 기체(질소) 투입이 가능한 말락서(Malaxer), 그리고 고정밀 원심분리 데칸터(Decanter) 유닛과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원과 수확 직후의 신선함이 착유 과정에서 산화되거나 열화되지 않도록 전 공정이 하나의 밀폐된 품질 제어 회로로 완성되었습니다.
착유는 기계가 아닌 과학과 철학의 영역입니다
올리브 아카데미 코리아가 Mori-Tem 본사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마스터 밀러(Master Miller) 과정을 개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착유는 수확한 올리브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끝나는 기계적 공정이 아닙니다. 파쇄(Crushing) 방식, 교반(Malaxation) 시의 산소 차단과 정밀 온도 제어에 따라 같은 나무에서 딴 열매라도 완전히 다른 품질의 오일로 귀결됩니다.
올리브오일 생산자뿐만 아니라 전문 소믈리에, 유통 바이어, 셰프가 착유 공학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오일의 진짜 가치와 결함(Defect)의 원인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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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i-Tem(모리템)과 올리브 아카데미 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착유 기술 전문 자격 과정이 서울 강남에서 진행됩니다. 소량 다품종 프리미엄 오일 생산의 메커니즘과 테이스팅 판별력을 현직 마스터에게 직접 전수받으실 수 있으며, 테이스팅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좋은 품질의 오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아시아에 유일한 특별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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